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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 검은 설마!!!!"

“그, 그 검은 설마!!!! …<어둠을 사르는 검!>”

 

 

 

다 죽어가는 마왕이 탄식하듯이 말했다. 용사는 약간 감탄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검을 알아볼 줄은 몰랐는데.”

 

“…짐은 금은보화를 좋아한다. 특히 훌륭한 장비를 수집하는 취미가 있지.”

 

“그래? 그럼 이 검에 죽는 걸 영광으로 알아라.”

 

“그리고 그 검의 진명(眞名) 역시 알고 있다.”

 

“뭐? 잠깐 기…”

 

 

 

비장한 표정. 그리고 약간의 의기양양하게 미소를 짓고 있던 용사는 마왕의 이어지는 말에 화들짝 놀라 그의 입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마왕이 입이 더 빨랐다.

 

 

 

“그 검의 진명은 <친어미를 임신시킨 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검> 이다.”

 

“……?”

 

“……?”

 

“……?”

 

 

 

…지금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마왕의 말이 끝난 순간, 용사파티원들은 마왕과 대치 중이라는 것도 잊은 채 용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선두에 서서 방패를 들고 마왕을 노려보고 있던 전사도, 활시위를 메겨 마왕을 조준하고 있던 궁수도, 뒤에서 신성한 진언을 읊어 파티를 강화하고 있던 사제도.

 

그들 모두가 하던 행동을 멈추고, 흔들리는 눈으로 용사를 바라보았다.

 

 

 

“요, 용사…대체 저게 무슨 말인가…?”

 

“용사님…?”

 

“…음.”

 

 

 

물론 파티원들은 용사를 믿었다. 설마 저 문장의 나온 행위를 용사가 했겠는가? 애초에 그러리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우습고 얼토당토않은 일이다.

 

 

 

하지만 지금 그 말을 한 게 마왕이었다. 선의 대척점에 서 있는 가장 사악한 존재이기는 하나, 한 무리의 우두머리로서 말을 허투로 내뱉는 자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계략이라 하기에는 너무나도 조잡했고….

 

 

 

그에 용사파티원들을 ‘설마…?’ 하는 의심이 들은 것이다. 물론 용사의 말 한마디에 깨끗하게 사라질, 그런 가벼운 의심이었다.

 

 

 

“…….”

 

 

 

하지만 용사는 침묵만을 지켰고,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용사파티는 어쩐지 불안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정말로…?

 

 

 

“…세계평화를 위해서였다.”

 

 

 

한참 후. 용사는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가 조금 변명하듯이 중얼거렸다. 그 대답이 긍정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도 없었다.

 

 

 

 

“오 시발….”

 

“…신이시여.”

 

“미친 새끼야! 정신 나갔어?!”

 

 

 

용사파티원들은 저마다 탄식을 내뱉었다. 그리고 모험을 시작한 이래로 늘 같은 포지션을 지켜왔던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용사에게서 한 발자국씩 멀어졌다.

 

 

 

“크큭. 그대의 파티는 몰랐나보군. 큭큭큭큭.”

 

 

 

마왕은 그 촌극을 보며 몹시 유쾌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럼 이것도 모르겠군? 그 망토…”

 

“그만. 그만 닥쳐라 마왕. 이제 끝낼 시간이다.”

 

“…잠깐만.”

 

 

 

마왕이 또 무언가 말하려하자, 용사는 마왕을 끝장내기 위해 다급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러나 초조하게 행동하는 용사를, 그의 파티원들이 멈춰 세웠다.

 

 

 

“…지금 이게 무슨 짓이지? 마왕을 죽이는 것. 우리의 과업이다.”

 

“…그으…그렇긴 한데…그러니까…지금 우리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건 아는데….”

 

 

 

용사 파티원들도 지금 자신들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걸 알고 있다. 마왕을 죽여야 할 용사파티가 마왕을 죽이지 못하게 가로막는다니?

 

 

 

“…그래도 일단 들어보자.”

 

 

 

하지만 검에 이어, 망토에도 뭔가 비밀이 있다는 말을 들은 이상 어쩔 수 없었다. 평생, 마왕이 못 다한 말이 기억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분명 용사를 볼 때마다 찝찝함이 가시지 않으리라. 그를 보는 눈도 어딘가 맑지 못할 거고….

 

 

 

그러니, 차라리 이 자리에서 깨끗하게 듣고 치우는 게 낫지 않을까? 그게 용사파티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그리고 정말 찔리는 일이 없다면, 들어도 상관없잖아…?”

 

“…….”

 

“…상관없는 거 맞지?”

 

 

 

용사는 어딘가 초조해 보이긴 했지만, 더 이상 나아가지 않았다.

 

 

 

그에 용사파티원들의 표정에 화색이 돌았는데, 용사의 태도로 말미암아 어쩌면 망토에 얽힌 진실이 그다지 끔찍하지 않을 거란 생각 덕분이었다.

 

 

 

 

“말해라. 마왕.”

 

“망토의 이름은 <삭풍을 잠재우는 장막>. 허나 그 망토는 진정한 이름은 따로 있다.”

 

“그게 뭐지?”

 

“그 망토의 진정한 이름. 그건 <소유자와 함께 밤을 보내야 소유권이 넘어가는 망토> 이다.”

 

“…….”

 

 

 

또 다시 불편한 침묵.

 

침묵 속에서 용사파티는 어느 기억을 끄집어냈다. 저 망토를 어떻게 얻었는지. 그런 기억을 말이다.

 

 

 

‘저 망토를 처음 본 건 어떤 의뢰였어. 그 의뢰는 분명…? 아니, 아니야. 설마…아니겠지….’

 

 

 

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들이 떠올린 생각을 쉽사리 부정하지 못했고, 그저 하염없이 주변의 눈치만 볼 뿐이었다.

 

그 침묵은 한 없이 이어졌는데, 결국 참다 참다 더 이상 참지 못한 궁수가 대표로 나서 물었다.

 

 

 

“너…했어?”

 

 

 

짧은 문장. 

 

그러나 많은 의미를 함축하는 말이었다. 모험을 시작한 이래로 늘 같은 풍경과 같은 경험을 한 견고한 우정에 기반을 두어 물을 수 있는 함축적인 질문이었다.

 

 

 

“…….”

 

“용사야…?”

 

 

 

1초. 2초. 3초. 숨죽인 끊임없이 흘러갔다.

 

용사는 눈을 내리깔고 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나 쫓기만 했다.

 

 

 

한참 후. 용사는 애써 태연한 어투를 가장하며 질문에 대답했다.

 

 

 

“…세계평화를 위해서였다.”

 

 

 

답을 듣는 순간. 그들의 견고한 우정은 폭염 아래 논밭처럼 처참하게 갈라졌다. 이제 용사파티는 용사를 벌레 보듯이 바라보았다.

 

 

 

“이 시발. 미친! 고블린이랑! 고블린이랑!!”

 

“속이 좋지 않습니다. 형제여….”

 

“제발 뒤져 미친 새끼야.”

 

“…암컷이었다.”

 

“어쩌라고 또라이 새끼야!”

 

 

 

궁수가 근처에 떨어진 파편을 주워 용사에게 던졌다. 사제는 눈을 감고 주기도문을 외웠다. 전사는 어쩔 줄 몰라 불편하게 헛기침을 했다.

 

 

 

“큭큭큭….”

 

 

 

그런 촌극을, 마왕은 흥미롭게 지켜봤다.

 

아무 생각 없이 던진 파문에 용사파티가 이리 빈틈투성이가 되다니….

 

 

 

하지만 그럼에도 마왕은 아무것도 할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다 죽어가는 몸이다. 이제 와 필사의 공격을 해봤자 한 명이나 길동무로 삼을 수나 있을까?

 

그런 무의미하고 추잡한 죽음보다는, 어디서도 돈 주고 못 볼 촌극을 보고 가는 것이 더 만족스러운 최후일 건 분명했다.

 

 

 

마왕은 그런 생각과 함께 기분 나쁘게 큭큭 거렸다.

 

 

 

“크큭. 아주 재밌구나. 하나 더 말해줄까?”

 

“그만 충분하다!”

 

“…계속해.”

 

“들을 필요가 없다! 마왕은 우리를 분열시키려 한단 말이다!”

 

“…말해 어서.”

 

“크크큭. 용사가 낀 저 반지. <순수한 새벽별빛의 눈물>.”

 

 

 

흠칫.

 

용사는 마왕이 말에 황급히 반지를 손으로 가렸다. 너무나도 절박한 손짓. 다들 직감적으로 저 반지가 가장 끔찍할 거란 걸 깨달았다.

 

 

 

“그 반지의 진실 된 이름은, <가장 친한 친구의 연인과 사랑을 나누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반지> 이지. 크하하하하!”

 

 

 

말을 내뱉은 마왕은 흐뭇했다. 이것으로 용사를 완벽하게 사회적으로 매장시킬 수 있으리라.

 

 

 

전설이 그렇듯, 강대한 무구는 하나의 예외 없이 소유자에게 끔찍한 파멸을 몰고 왔다. 비록 자신에게 대적하기 위해서라지만, 그런 것을 세 개나 끼고 있으니 대가를 치러야만 할 것이다. 마왕은 종전보다 더욱 재밌을 무대를 기대하며 두근거렸다.

 

 

 

하지만 마왕이 기대한 장면을 펼쳐지지 않았고, 그들은 어딘가 어색한 눈으로 사제만 바라보고 있었다.

 

 

 

“용사…분명 전에 가장 친한 사람이 사제라고 했잖아? 가장 든든하고 등을 맡길 수 있다고…?”

 

“…그래. 사제님은 나의 가장 친한 친우다.”

 

“히, 하지만…?”

 

 

 

사제를 제외한 두 사람은 당황한 눈으로 사제를 바라보았다.

 

 

 

신에게 귀의하는 사제에게 연인이 있다고? 설마…? 사제에게도 용사처럼 추악한 비밀이 있는 건가? 둘은 그런 생각과 함께 말없이 사제를 응시했다.

 

 

 

“자, 잠깐. 그게 무슨…나에겐 연인이 없다네. 그럴 리가 없잖은가…? 용사 말해보게!”

 

 

 

말 없는 시선은 폭력이다. 그런 폭력 속에서 제 처지를 떠듬떠듬 결백을 주장했다.

 

 

 

“대체 내 연인이 누구란 말인……오.”

 

 

 

그 순간. 용사파티가 모두가. 그리고 마왕은 용사의 눈동자가 살짝 움직이는 걸 자각했다.

 

 

 

아주 잠깐의 움직임과 곧바로 돌아온 시선이었지만, 다들 이미 한계를 벗어난 자들이라 그 약간의 틈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용사가 무엇을 보았는지 깨달은 용사파티는. 아니, 마왕까지 토할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부드럽더군.”

 

 

 

용사가 본 것.

 

그건 사제의 오른손이었다.

 

 

 

“오, 세상에. 신이시여….”

 

 

 

마왕은 생에 처음으로 신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