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철학과랑 싸우면 안된다고 느낀 썰.sull
난 14년 군번인데 난 학교도 싫어하는 새끼라,
군대라는 지옥을 누구보다도 좆같이 싫어했음.
그렇다고 일을 좆같이 한건 아님.
그냥 나 말고 다른 자아를 보내놨다고 생각하고 군생활을 했었음.
다른 자아라고 생각하니까 누가 시켜서 일시키는것도 뭐 별로 마다 안하고 하고(지금은 존나 안함ㅇㅇ)
군생활 하다보니 나름 소대에서 무슨일 있으면 찾는애 가 되어있었음
그러다가 군대에 철학과 나온 후임이 하나 생겼었음
유명한 학교는 아니였고, 지잡대 였던거 같은데 무튼 ㅇㅇ
애는 그냥 평범한데, 운동 같은거 아예 잘 못하고,
사색하고 그러는 스타일 이었고
뭔가.. 4차원? 그 막 이상한게 아니라 뭐 조선시대 샌님 같은 그런 애였음.
뭐.. 운동도 못하니까 몸쓰는걸 잘하진 못해서 일을 잘하는 스타일은 아니였음
근데 또 분위기가 나름 있는 애라 막 혼내거나, 장난치고 놀기엔 거리가 있는 스타일.
그러다 어느날 부터 얘가 맨날 호로를 덮개 라고 얘기하는거
내가 호로 가져와야된다 하면
덮개 말씀이십니까?
이러고 꼭 한번씩 되묻더라고,
그떈 '그래.. 얜 좀 4차원 이니까..' 하고 넘어가고 갔었는데
얘가 일말 때쯤 사건이 하나 생겼었음
훈련 중이었는데 좆 더운 여름날에 갑자기 비는 존나 오고 습도는 개 올라가고
바닥은 또 좆 진창이고 호로 까야되는 상황이었는데
그 상황에서도 자꾸 덮개 말씀이십니까?
이러니까 나도 짜증이 좀 폭팔해서
욕을 좀 많이 심하게 했음
뭐 "야이 씨** 개** 내가 지금 씨**..." 뭐 대충 알지?
주변에선 내가 얘 팰까봐 말리고..
근데 얘가 한참을 욕을 먹고 가만히 있더니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딱 한마디 하는거,
나도 그 상황이 지나고 순간 감정이 격해진거 였으니까 좀 미안해서
자기전에 텐트에서 "아깐 미안했다, 근데 너 왜 자꾸 호로를 덮개라 하냐, 의미가 같은건 아는데
원래 호로라고 잘 하다가 왜 그러냐, 여기선 호로로 통일하는거다." 라고 사과같지도 않은 사과를 했음,
그러다 살짝 정적이 흘렀는데,
걔가 그러는거, 대충
자기가 인터넷을 보다가 호로가 일본말 인걸 알았다.
그래서 쓰면 안되겠다는 아니었고 별 생각 없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군대라는 사회는 그런 생각들이 모여서 이런 사소한 용어조차 바꾸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자기는 그렇게 하지 말아야겠다. 라고 해서 시작한 행동 인데,
자기가 오만했던것 같다. 앞으로 000상병님 이야기 처럼 호로 라고 시정하겠다."
라고 하길래 나도 일단 "그래." 하고 말았음.
그러고 나서 얘가 덮개라고 안하고 호로 라고 다시 쓰기 시작하긴 했는데
호로 라고 할떄마다 뭔가 마음이 찜찜한거임.
그런일이 있어서 그런가 더 신경 쓰여서 한달 정도 지나서 다시 걔한테 니 편한대로 하라니까
걔가 눈은 죽었는데 입만 웃는? 느낌으로
"아닙니다. 이제 제가 좀 군대에 온 것 같습니다"
이러는데 내 스스로가 존나 역겨웠음, 이 새끼 일말 인데..
누구보다 내가 군대를 좆같아했는데, 얘의 잘잘못을 떠나서
이 군대라는 좆같은 사회에 내가 물들어 있고, 또 잘 굴러가게 하기 위해서 내가 앞장선 느낌이 들었던것 같음.
근데 또, 내가 얘한테 해줄말이 없는것도 좆같았음.
그래서 똑같이 또 편한대로 해라. 하고 말았는데
그 얘기 듣고 진짜 한달을 혼자 멘탈 씨름 존나했음..
순간 감정 한번 씨게 지르고 2달짜리 카운터를 맞은건 인생 살면서 처음이었음.
그 이후엔 좀 얘는 웬만하면 터치 안했었음,
얘도 일을 못하는거지 얘가 후임들은 잘 챙겼고 후임들도 얘 좋아했었으니까
딱히 일말고는 터치할거 없었기도 했고..
무튼 오랜만에 군대 동기만나서 얘기하다 보니까 얘 썰이 생각나서 풀어봤음